RAP 함량이 증가하면 PG 바인더 선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 한국·미국·유럽의 재생아스팔트 설계 접근법 비교
재생아스팔트 혼합물에서 RAP 함량이 증가하면 단순히 새 골재의 일부를 재생골재로 바꾸는 것 이상의 변화가 발생합니다. RAP(Reclaimed Asphalt Pavement)에는 이미 장기간 사용되면서 산화·노화된 아스팔트 바인더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노화 바인더는 일반적으로 신재 바인더보다 강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RAP 함량이 증가하면 혼합 바인더의 고온 강성은 증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중·저온 영역에서 혼합물이 지나치게 뻣뻣해져 균열 저항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FHWA 역시 높은 RAP 사용 시 혼합물 강성이 증가하며, 특히 추운 기후에서는 저온균열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고함량 RAP 혼합물의 핵심 질문은 단순히 “RAP를 몇 퍼센트까지 넣을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화된 RAP 바인더가 전체 바인더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어떤 신재 바인더를 선택해야 하는가?”
RAP 함량이 증가하면 바인더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RAP 속 바인더는 이미 생산·시공 과정의 단기노화와 공용기간 동안의 장기노화를 경험한 재료입니다.
산화가 진행되면서 일반적으로 바인더는 단단해지고 점탄성 특성이 변합니다.
따라서 RAP의 투입량이 증가하면 재생 혼합물에는 더 많은 노화 바인더가 들어오게 됩니다.
고온에서는 이러한 강성 증가가 소성변형 저항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중간 및 저온에서는 지나친 강성이 피로균열이나 열균열 저항성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FHWA의 RAP 연구에서도 이러한 고온과 저온 성능 사이의 상충관계가 중요한 설계 문제로 다뤄집니다.
따라서 RAP 함량이 높아질수록 신재 바인더의 PG를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더 연한 등급을 사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해집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접근법 — RAP 비율에 따라 PG를 조정한다
미국의 재생아스팔트 설계에서는 AASHTO M 323에 기반한 RAP 바인더 선정 지침이 오랫동안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FHWA가 정리한 전통적인 지침은 세 단계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RAP 15% 미만
신재 바인더 PG를 변경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설계에서 PG 64-22가 필요한 도로라면 RAP가 낮은 수준일 때 PG 64-22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RAP 15~25%
일반적으로 신재 바인더를 한 등급 더 연하게 선택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필요한 바인더가
PG 64-22
라면 한 단계 연한
PG 58-28
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RAP 25% 초과
단순히 한 등급을 낮추는 것보다 RAP에서 회수한 바인더의 특성을 평가하고 블렌딩 차트(Blending Chart) 등을 이용하여 적절한 신재 바인더 등급을 결정하는 접근이 권장되어 왔습니다.
다만 이것을 모든 미국 도로에서 현재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절대 규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FHWA 자료에서도 여러 주 교통기관이 지역 조건과 자체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RAP 비율의 경계값을 수정하여 사용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PG 64-22를 PG 58-28로 낮추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더 연한 신재 바인더를 사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RAP 바인더가 이미 상당히 단단해져 있기 때문에 동일하게 단단한 신재 바인더를 추가하면 최종 혼합 바인더의 강성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더 연한 신재 바인더를 사용하여 노화 바인더의 강성을 일부 상쇄하는 것입니다.
즉,
단단한 RAP 바인더 + 상대적으로 연한 신재 바인더 → 목표 성능을 갖는 혼합 바인더
라는 개념입니다.
FHWA가 소개한 연구에서는 약 15~20% 수준의 RAP가 첨가되면서 노화 바인더의 강성 영향이 유의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신재 바인더의 고온·저온 PG를 한 단계 조정하는 방법이 이러한 영향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고함량 RAP에서는 왜 블렌딩 차트가 중요할까
RAP 함량이 더 높아지면 단순한 경험적 등급 조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RAP 바인더의 실제 특성입니다.
RAP에서 바인더를 추출·회수한 뒤 DSR, BBR 등의 시험을 이용하여 임계온도와 유변학적 특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표로 하는 최종 바인더 성능과 비교하여 필요한 신재 바인더의 특성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개념적으로는
목표 혼합 바인더 성능 = 신재 바인더의 기여 + RAP 바인더의 기여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FHWA가 설명하는 블렌딩 방법에서도 목표 혼합 PG, RAP 비율 및 회수 RAP 바인더의 임계온도를 이용하여 필요한 신재 바인더 특성을 산정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앞서 작성한 DSR과 BBR 아스팔트 시험 글과 내부링크를 연결하기 아주 좋은 지점입니다.
RAP 함량보다 Binder Replacement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중요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단순한 RAP 질량비와 실제로 RAP가 제공하는 재생 바인더 비율은 반드시 같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두 종류의 RAP를 각각 20%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RAP 자체의 바인더 함량이 다르면 전체 혼합물에 들어오는 노화 바인더의 양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최근 재생아스팔트 평가에서는 단순 RAP 함량뿐 아니라 Binder Replacement 또는 Reclaimed Binder Ratio와 같은 개념이 중요합니다.
FHWA는 재생 바인더가 전체 바인더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다음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Binder Replacement (%) = RAP 바인더량 ÷ 전체 바인더량 × 100
실제 계산에서는 RAP의 바인더 함량, 혼합물 내 RAP 비율, 전체 설계 바인더 함량을 함께 고려합니다.
따라서 고함량 RAP 설계에서는 단순히
“RAP 30%를 넣었다.”
보다
“전체 바인더 가운데 노화된 재생 바인더가 얼마를 차지하는가?”
가 성능을 이해하는 데 더 직접적인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완전 혼합과 부분 혼합의 문제
PG 바인더 선정에서 또 하나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신재 바인더와 RAP 바인더가 실제 플랜트에서 얼마나 섞이는가?
라는 문제입니다.
전통적인 블렌딩 계산에서는 두 바인더가 충분히 혼합된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혼합물에서는 RAP 입자 주변에 존재하는 노화 바인더가 신재 바인더와 완전히 균일하게 섞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를 흔히
- 완전 혼합(Full Blending)
- 부분 혼합(Partial Blending)
- 제한적 혼합
등의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FHWA 역시 높은 RAP 혼합물에서 신재 바인더와 RAP 바인더 사이에 실제로 어떤 혼합이 발생하는지가 중요한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고함량 RAP에서는 계산상의 PG만 맞추는 것으로 끝내기보다 실제 혼합물 성능시험을 함께 확인하는 접근이 중요해집니다.
미국 — PG와 RAP를 직접 연결하는 접근
미국의 특징은 PG 체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RAP와 신재 바인더 등급의 관계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접근에서는 낮은 RAP 함량에서는 기존 PG를 유지하고, 중간 수준에서는 더 연한 신재 바인더를 선택하며, 높은 RAP에서는 회수 바인더 시험과 블렌딩 분석을 활용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 RAP 질량비만이 아니라 재생 바인더 비율과 혼합물 성능시험을 이용하는 방향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FHWA는 30~50% 수준의 reclaimed binder ratio를 가진 고재생 혼합물도 적절한 재료·설계·생산 관리가 이루어지면 성공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최근 연구와 현장 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접근을 단순히 “25% 넘으면 안 된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유럽 — 미국식 PG 숫자로 접근하지 않는다
유럽의 재생아스팔트 설계를 미국과 비교할 때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유럽은 미국의 Superpave PG 체계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유럽에서는 RAP 20%가 되면 PG 64-22를 PG 58-28로 낮춘다.”
와 같은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유럽에서는 EN 13108 계열의 아스팔트 혼합물 규격과 각 국가의 규정을 기반으로 재생재료를 관리합니다.
특히 reclaimed asphalt는 EN 13108-8과 연결되어 관리되며, 고함량 재생재를 사용할 경우 회수 바인더의 특성과 함량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APA 역시 높은 비율의 reclaimed asphalt를 사용할 때 회수 바인더의 특성과 함량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혼합물은 Type Testing을 통해 성능과 구성재료를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유럽의 접근은 미국식 PG 등급 조정표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회수재 특성 + 적용 바인더 + 혼합물 성능 + 국가별 규격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한국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까
한국 역시 미국의 AASHTO PG-RAP 표를 그대로 복사하여 적용한다고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에서는 순환골재의 품질, 구재 아스팔트의 상태, 신재 바인더, 재생첨가제 사용 여부, 혼합물 배합 및 최종 품질기준 등을 국내 도로포장 관련 지침과 발주기관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의 재생아스팔트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RAP 함량 자체만 보고 신재 바인더를 결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RAP의 산지와 공용기간, 노화 정도, 바인더 함량과 골재입도 등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함량 RAP로 갈수록 회수 바인더의 특성, 신재 바인더와의 혼합 가능성, 재생첨가제의 효과, 그리고 최종 혼합물 성능을 함께 평가하는 방향이 합리적입니다.
한국·미국·유럽의 차이는 결국 무엇인가
세 지역의 접근법은 사용하는 규격과 평가체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Superpave PG 체계를 바탕으로 RAP 사용량과 신재 바인더 등급을 직접 연결해 온 경험이 많습니다.
유럽은 EN 규격과 국가별 요구조건을 기반으로 reclaimed asphalt와 회수 바인더 특성, 혼합물 Type Testing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강합니다.
한국은 국내 재생아스팔트 관련 품질기준과 배합설계 체계 안에서 RAP 품질, 신재료 및 재생첨가제, 최종 혼합물 성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 지역의 방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RAP 함량이 높아질수록 단순한 투입비율 관리보다 재생 바인더가 최종 혼합물의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RAP 함량이 증가할수록 반드시 더 연한 바인더를 써야 할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RAP 함량이 증가하면 노화 바인더의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재 바인더를 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 RAP 바인더의 실제 노화 정도
- RAP 바인더 함량
- 신재 바인더와의 혼합 정도
- 목표 PG 또는 요구 성능
- 기후조건
- 교통조건
- 재생첨가제 사용 여부
- 혼합물 균열 및 소성변형 성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추운 지역에서는 고온 러팅 저항성만 보고 지나치게 강성이 높은 혼합물을 설계하면 저온균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저온 성능 확인이 중요합니다.
결론
RAP 함량이 증가할수록 PG 바인더 선정은 단순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정교해져야 합니다.
낮은 RAP 함량에서는 노화 바인더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함량이 높아지면 RAP 바인더가 전체 바인더 시스템의 강성과 균열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AASHTO 접근은 이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줍니다.
낮은 RAP → 기존 PG 유지
중간 RAP → 더 연한 신재 바인더 고려
높은 RAP → 회수 바인더와 블렌딩 특성 평가
그러나 이것을 전 세계에 적용되는 하나의 공식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유럽은 미국식 PG 체계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으며, 한국 역시 국내 재료와 설계·품질기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고함량 RAP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RAP가 몇 %인가?”에서 멈추지 않고 “그 RAP가 최종 바인더와 혼합물 성능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까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Q&A
Q1. RAP가 15% 미만이면 항상 신재 바인더 PG를 바꾸지 않아도 되나요?
미국의 전통적인 AASHTO M 323 기반 지침에서는 15% 미만에서 일반적으로 PG 변경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적용에서는 발주기관 규정과 RAP 특성, 지역 기후조건을 우선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미국 주도 자체 경험에 따라 경계값을 수정해 사용해 왔습니다.
Q2. RAP가 많으면 왜 더 연한 신재 바인더를 사용하나요?
노화된 RAP 바인더가 전체 바인더의 강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연한 신재 바인더를 사용하여 최종 혼합 바인더가 지나치게 뻣뻣해지는 것을 조절하려는 것입니다.
Q3. RAP 함량과 Binder Replacement는 같은 것인가요?
아닙니다. RAP 함량은 혼합물에 들어가는 RAP 재료의 비율이고, Binder Replacement는 RAP에서 유입되는 노화 바인더가 전체 바인더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냅니다. RAP의 바인더 함량이 다르면 같은 RAP 함량이라도 Binder Replacement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4. 고함량 RAP에서는 PG만 맞추면 충분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회수 바인더의 특성뿐 아니라 신재·노화 바인더의 혼합 정도와 최종 혼합물의 균열·소성변형 성능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높은 RAP에서는 저온균열 위험과 실제 블렌딩 정도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